왜 대기업 출신들은 사업을 잘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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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기업 출신들은 사업을 잘 못할까?

6 퇴사준비생 6 24,752 2020.05.31 23:47

왜 대기업 출신들은 사업을 잘 못할까?

유통사의 MD로서 재직 중에 항상 이런 의문을 품어왔다.


야 대기업 선배들.

자기가 뭐라도 된냥 가오 잡으면서

왜 40대 정도에 나가서 사업하면 다 저 모양이냐?


이 질문이 항상 내 머릿 속에서 멤돌았다.

하지만 나는 애써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들지 않았다.


그들의 나이가 너무 너무 많아서,

그들의 삶이 곧 내 미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성도 상품성도 없는 회사를 차려서,

어찌저찌 인맥을 동원해서 대기업에 납품좀 해보려는 안쓰러운 대기업 출신의 사장님들.

그건 그냥 못난 그들이기에, 나와는 다른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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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나도 점차 그들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직무의 소기업에 다녔던 친구와 만났을 때의 일이다.


이 친구는 소기업에 다니다가 퇴사를 하고 창업을 했다.

소기업에 다녔던 친구가 창업해서 뭘하겠어.

이러한 오만방자한 생각이 내 무의식 속에는 이미 내리 깔려 있었다.


하지만 왠걸. 사업이 굉장히 잘 된다고 한다.

소기업에서 단 2년만에 팀장이 되어,

이미 20대 후반에 자기 밑으로 7명의 팀원들 두었던 친구.


이 친구는 굉장히 짧은 시간에 MD로서의 실무 경험을 밑바닥부터 경험했다.

SNS에 도달률이 높은 컨텐츠를 제작하는 법

각 채널별로 잘 먹히는 기획 상품을 구성하는 법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상품을 소싱하고 그것을 판매하는 법.


이 모든 것을 짧은 시간 안에 터득하고 이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사업을 천천히 일구어 나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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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와 이야기하면 이야기할수록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과연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는 MD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심지어 최근 1년간 SNS에 제대로된 글 한 번 올려본 적 없다.

이런 내가 파트너사들 앞에서 트렌드에 대해서 논하는 게 맞았었나?


대화 내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짧은 찰나 동안 나에게 입점을 요구하던 대기업 출신의,

바보같은 사장님들이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갔다.


'아 나도 그렇게 되겠구나'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그 퇴직자들처럼

나도 온실 속 화초처럼 지내다가 트렌드에 대한 감각을 놓치고

그렇게 나이만 들다가 나중에 퇴직할 때 되어

한심한 회사 차려서 인맥들에게 전화나 돌리고 접대나 하고 있겠지.


너무나도 뻔한 루트였다.

나는 애써 그것을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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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시스템이 무서운 이유는

성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인원들로 구성되어,

개개인들이 파편화된 업무 밖에 할 수 없는 대기업에서는

실무자에게 숲을 볼 수 있는 시각을 주지 않는다.


한 10년 동안,

대졸자가 하는 일이라고 하기는 부끄러운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 동안

대기업의 신용을 담보로 대출도 받아 전세집도 구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긴다.


잃을 게 많은 사람이 되었을 때.

대기업은 잔인하게도 그 사람에게 책임자 자리를 맡긴다.


"엄청나게 높은 매출과 이익, 이것을 달성해와라"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책임자는 직감하지만,

거절할 수가 없다.


갚아 나아가야할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은 산더미 같고,

토끼같은 자식들 때문에서라도 무너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퇴사해도 갈 곳이 없다.

지금까지의 단순 반복 경력을 필요로 하는 회사 자체가 많지 않다.

이미 똑부러진 젊은이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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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강남의 대기업 과장/부장들은 회사의 노예가 된다.

그리고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을 때,

더 이상 버티는 것이 어렵게 되었을 때,

회사를 나오게 된다.


노예라는 족쇄를 벗어던지고

자유를 만끽하며, 저 넓은 땅에 나가

더 큰 꿈을 꾸고 더 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자유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다시 조그만 납품 업체를 차려서

대기업의 문을 두들긴다.


무거운 목줄을 풀어줘도

그 다음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진돗개처럼 말이다.


너무나도 뻔하다.

이게 회사원의 삶이니까.

퇴직을 해서도 회사에 얽매이는 삶.


그게 우리의 삶이고,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당신들의 미래가 아닐까?





 

Comments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명심해야겠습니다.ㅠ
대기업 시스템을 등에 업고 땅짚고 헤엄치기식 수준으로 일하면서 그걸 자기 능력인줄 아는 사람들 많죠..
와닿네요
잘읽었습니다


나의 재물운? 연애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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