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상장 첫 날부터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테슬라, 애플, 로블록스 등 미국 굴지의 기술주를 제치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성장주로 인정받은 것이다. 다만 한편에서는 '너무 비싼 적자기업'이라는 지적과 '그래도 성장성이 기대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투자자들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쿠팡 클래스(Class) A’를 3391만달러(약 383억원) 순매수했다. 해외주식의 경우 당일 주식매매 체결시점부터 2영업일이 지난 뒤 현지결제가 이뤄지고, 세이브로상에는 한미간 시차의 영향으로 3영업일 때 공표된다.

쿠팡 주식은 주당 1개의 의결권을 지닌 클래스A와 주당 29개 의결권을 지닌 클래스B로 구분되는데, 클래스B는 김범석 쿠팡 의장이 홀로 보유하고 있다.

지난 11일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클래스A)의 주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35달러)를 약 77% 웃돈 69달러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으로는 약 1183억4500만달러로, 한화로는 134조원에 육박한다. 코스피 기준으로 SK하이닉스(약 102조원)를 단숨에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오른 것이다. 다만 차익매물이 쏟아지며 쿠팡의 주가는 지난 15일 기준 865억달러로 떨어져 시총 100조원을 밑돌고 있다.

이날 국내투자자들은 쿠팡 주식을 524만달러 사들이고, 185만달러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매수기준으로 3위, 매도기준으로 4위를 차지했으나 매수액이 더 많아 순매수기준으론 1위를 차지했다. 국내투자자들은 당분간 쿠팡의 상승세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의 주가는 고가에 미치지 못하지만, 15일 종가기준으로 50달러(50.45달러)를 첫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쿠팡이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했지만, 여전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설립된 지 10년이 지난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닌 기업임에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직장인 슈퍼개미 A씨는 “누적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시가총액을 보면 ‘버블’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국시장 상장과 강세장에 힘입어 과대평가됐다는 생각이다. 향후 성장성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는데, 주가는 훨씬 비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쿠팡의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36.89%의 지분을 보유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향방이다.

안석훈 키움증권 글로벌리서팀 팀장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경우 그 동안 투자실패 손실을 메꾸기 위해 (보호예수 기간이 풀린 후) 쿠팡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있다”며 “기업 펀더멘탈이 약한 상황에서 부양책이라는 정책 모멘텀만으로 주가가 움직이고 있는데, 소프트뱅크 우려가 제기된다면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현재의 실적만 감안해 쿠팡의 주가를 과대평가로 판단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쿠팡의 ‘시총 100조원’이 적절하다는 근거로 제시되는 지표는 시가총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인 주가매출비율(PSR)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판단 지표와는 달리 쿠팡과 같이 이익이 없지만, 성장성이 기대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PSR을 적용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쿠팡과 같은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구할 때는 PER보다는 PSR을 적용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쿠팡이 내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액 26조원과 시가총액 100조원을 기준으로 PSR을 구하면 4배 수준인데, 이는 아마존(올해 매출액 추정치 기준)과 비슷한 수치다”고 평가했다. 이어 “PER이나 PBR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밸류에이션 평가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