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퇴사했습니다

저 퇴사했습니다

로켓 5 1,229 08.0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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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빌딩을 나선다.

산뜻한 햇살이 나무에 부서지고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안국역까지 걸어가는 길에

갑자기 허무함과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런 느낌 낯설지 않다.


대학생 시절, 기말고사를 모두 끝내고 집으로 들어갈 때.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다.


기말고사를 위해 6개월이라는 한 학기를 불태웠는데,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니 뭔가 허무하다.

그리고 방학 동안에는 무엇을 하지?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였었다.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압박감과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두려움

이제 더 이상 주어진 목표도 없고 실적도 없다.


이제는 내 스스로 부단히 움직여야 하고, 

이제는 내 자신 그 자체가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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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동료들을 만나고 다니면,

동료들의 반응은 다들 제각각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걱정부터 앞서신다.


"다른 회사는 합격해놓고 나가는 것이니?"

"회사를 나가는 것은 다시 한 번 고민해보는 것은 어때?"

"차라리 MBA를 가거라"

"퇴직하기 전에 전직 신청이라도 해보지 그랬어"


반면에 젊은 사원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잘될 것 같은데. 진짜 잘할 것 같아."

"처음에 오빠 눈빛 봤을 때 이 사람은 자기 사업하겠구나 생각했어"

"정말 고생많았어, 회사 밖에서 꼭 행복하길 바래"

"나도 자기 사업할껀데 너가 좋은 선례를 꼭 만들어줘"

"오빠는 대기업보다 창의적인 스타트업이 더 어울려"


퇴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지 몰라도,

이들은 모두 진심어린 마음으로 내 걱정을 해주고 있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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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좋은 사람과 함께 집단에 속해있다는 소속감을 뒤로 한 채,

회사를 떠나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이 회사를 떠나면, 다시 이만한 회사를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이만큼 좋은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날 믿고 응원해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에


퇴사한 날부터 노트북을 켜고 나만의 생각을 적는다.

내가 해야할 일과 할 수 있는 일.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크루들.

모든 것들을 써내려간다.


그래도 퇴사했으니 좀 쉬어야지.

호캉스나 좀 알아볼까?

이런 꿀같은 말들이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꿀에 빠져 살지 않겠다.

쉬려고 퇴사한 것이 아니라 '내 일'을 하기 위해서 퇴사했다.

정말 부단하게 노력해서 정말 많은 돈을 벌겠다.


이제는 온전히 모든 것이 내 탓이다.

실수도 내 탓이고, 실패도 내 탓이다.

온전하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공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모든 돈을 쓸어담겠다.


28세 늦여름.

나는 대기업을 퇴사했고,

홀로 세상 앞에 섰다.



Comments

멋지다
저도 이번달 퇴사 입니다! 빠샤
수고요
퀀트쟁이
저도 따라갑니다
퀀트님은 안따라오셨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정말 따라오실거라면, 제가 길 잘 닦아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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