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입사 1년 차,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대기업 입사 1년 차,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로켓 5 1,097 03.2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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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딸깍, 타닥타닥.

대기업의 평범한 업무 시간이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이들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해나간다.


그런데,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심장이 멎을 것만 같고 죽을 것만 같다.

나는 당장 화장실로 가 헛구역질만 토해낸다.


뭔가 이상하다. 느낌이 좋지 않다.

계속 숨이 쉬어지지 않는 느낌이고 손발이 마비된다.


공황장애란다. 정확히 말하면 범불안장애.

스트레스를 받거나 강박관념, 미래 발생 가능한 일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 때문에,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자율신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뜻한다.


대기업에 입사한 지 1년차.

나는 그렇게 공황장애를 얻게 되었다.


두려움에 대한 대상 조차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극도의 불안감에 사로잡힌 것처럼 반응한다.

정신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신체적인 피로감은 정말 심각하다.

인간이 극도의 공포에 질렸을 때 나오는 신체적인 반응을 매시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공황장애를 얻고 나니,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왜 나는 아프지?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일하고 있지?

내 존재란 과연 무엇이고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챗바퀴처럼 살아가고 있을까?


"내가 대체 뭘 잘못했을까?"


부모님 말대로 공부했고, 부모님 말대로 좋은 회사에 취직했다.

그런데 내가 대체 무엇을 잘못했길래,

하늘은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것일까?

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해답을 찾지 못하는 의문 속에서, 나는 내 스스로에 대한 질문만을 던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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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는 지금 두 명의 선배가 있다.

이들은 현재 대기업에서 가장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는 선배들이다.

그들은 나를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술을 따라주며 여러가지 조언들을 해준다.


"이겨내라, 너는 강한 사람이다"

"아프더라도 아픈 것을 숨기고 열심히 해야한다"


진취적인 사람들답게 나에게 여러가지 동기부여를 해준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인간으로서도 정말 좋은 사람들이고, 지적으로도 배울 점이 정말 많으신 분들.

이런 최고의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나는, 참 축복받았다.


그런데, 술이 더 들어갈수록 신기하게 선배들의 하소연이 늘어만간다.

최고의 매출을 내고 있는 선배는, 고과가 걱정이다.

매년마다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최고의 실적을 낼 때마다 보상보다는 더 높은 목표만 주어졌다.

그리고 작년에는 정말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지만, 좋은 고과를 받지 못했다.


회사 내에서 최고로 좋은 평판을 받는 한 선배는,

결혼 적령기를 놓칠까 두렵다.

최고의 업무 스킬과 젠틀한 매너 덕에

주변인들 모두로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지만,

그는 어렸을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평범한 삶 조차 살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한다.


신기했다.


내가 존경하던 회사 내의 최고의 선배들.

3만 명의 임직원 중, 가장 핵심적인 일을 하면서

가장 뛰어나고 명석한 두뇌와 리더쉽으로 남들을 이끌어가는 이 선배들.

완벽해보이는 선배들 마저 걱정거리가 있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 때문에 고민이라는 것이 참 아이러니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아니, 이렇게 뛰어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원하는 것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고,

누구보다 잘해내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더 많이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세상 모든 것이 부질없어 보인다.

나에게 주어지는 목표와 실적 부여가 모두 부질없다.


'저 목표를 달성하면, 더 큰 목표를 또 주겠지?'

'어차피 승진은 다 짬차면 하는거야'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유관부서를 설득하러 다니면 내 에너지만 낭비하는거야'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경쟁에만 내놓였던 나는,

더 이상 경쟁을 하려는 의지를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별로 중요하지 않아보이는 숫자에 내 평생을 쳇바퀴처럼 갈아넣고 싶지 않아졌다.


"그래도 공동체를 위해 노력해야지"

"저 선배처럼 일 잘하는 사람이 되거라"


이런 소리는 집어치웠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내내 죽어라 노력했는데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해 죽어라 노력하라고?


얼굴도 본 적 없는 재벌을 위해서 쳇바퀴처럼 살다가 죽는 게 내 존재의 이유라고?

심지어 나는 입사 1년만에 공황장애까지 얻었지 않나.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가?

열심히 산다고, 노력한다고, 강남의 집을 살 수 있는 세대도 아닌데.


이런 근본적인 의문들이 내 머릿속에 스쳐지나간다.

좋은 선배들은 오늘도 술값을 대신 계산해주면서

먼저 택시를 타고 떠났다.


혼자 남아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대상 없는 두려움과 알 수 없는 공허함 같은 것들이 차오른다.

물론, 내일이 되면 웃으며 파이팅 넘치게 인사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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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커피3호점사장
기운 내세요 ㅠㅠㅠㅠㅠㅠ
부동싼꿈나무
저도 그래서 퇴사도 하고...휴식도 갖고 했습니다. 오히려 건강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퀀트쟁이
직장생활 선배로서 감히 조언하자면, 다 지나갈 일이고, 충분히 이겨내실 힘이 있을 겁니다. 힘들 때 주위 사람들과 공유하며 한발 한발 준비하시면 더 강한 사람으로 거듭나실 겁니다 ^^
네 저도 이겨내보려고 합니다! 조언해주셔서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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