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 진행한 계기와 파이어 과정..

파이어 진행한 계기와 파이어 과정..

한온 7 575 09.25 20:08

저도 30대 초반에 결혼해서는 막연하게 "노후 대비 해야겠다.." 정도의 개념만 있었습니다.

그 전에 너무 흥청망청 살아서, 모아놓은 돈도 거의 없었고, 가진건 외제차 1대와 약간의 현금이 다였습니다.

(뭐, 원래 솔로일 때는 흥청망청 쓰는 맛에 사는거잖아요!? ^^;; 저만 그랬나요 ㅠㅠ)

저희 부모님은 도와줄 여력이 전혀 없으셨고, 처가에서도 지원받기는 어려워서, 축의금조로 부모님들께 500만원 받고 시작했습니다.

정말 인생 24시간이 일과 투자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자면서도 일생각, 투자생각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도 그런 이야기만 하고, 놀러가더라도 부동산 보러만 갔습니다.

통장에 돈이 조금만 생겨도 투자 아니면 사업확장에만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깐 용돈도 필요 없었죠.

술도 마실 시간도 없고, 밥 값 제외하면 돈 쓸 곳도 없더군요.

사업도 잘되고, 투자도 꾸준히 했더니, 매년 몇억씩 자산이 불어났습니다.

늘어나는 자산이 제 삶의 훈장 같았고, 최고의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여름에 쓰러져서 응급실에 가게 되었습니다.

응급실에서 바로 중환자실로.. 심근경색.. 심장이 22%밖에 뛰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와이프에게 주말 못넘길 수도 있다고, 가족 부르라고 했다네요.

눈떠보니 어머니랑 와이프가 울고있고..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시는 분들도 보고..

다행히 좀 나아져서 일반병실로 옮겼습니다.

젊어서 회복이 가능했다고, 의사분에게도 엄청 혼나고..

어찌저찌 퇴원도하고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2018년 퇴원 후에 파이어를 결심합니다.

사실, 그냥 모든걸 던질 수는 없어서, 1년간 일을 서서히 줄이면서 직원들을 성장시켜 나갑니다.

그리고 2019년 겨울에 반은퇴를 결행합니다!

사람들이 걱정반, 시원함반 이라고들 하던데..

저는 걱정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간 저랑 같이 일하던 직원들은 생각보다 책임감 있게 잘 해줬습니다.

저랑 상의하면서 차근차근 잘 해나가더군요.

저도 절대 지적하거나 혼내지 않고, 거슬리는게 있어도 아예 언급을 안하고, 급여는 꾸준히 올려줬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을 처음으로 깨달았네요. (자리와 돈이..^^;)

제 수입은 거의 4분의1, 5분의1로 줄었지만, 4대보험을 처리하면서 자유롭게 갈 수있는 제 사업체는 남았습니다.

코로나 와중에도 매출이 오르고, 좋은 결과를 내고 있어서, 다시 한번 놀라는 중입니다.

직원들 급여를 올려주고, 맘에 안들어도 탓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항상 웃고..

이런 과정이 저에게는 도를 닦는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직원들도 힘들었을겁니다. 그래서 고맙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제 마음 다스리기가 참 어렵더군요. ㅠㅠ

이 과정에서 "내려놓는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와이프가 옆에서 큰 힘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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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2020년 9월이 됐네요..^^;

저에게 파이어라는 단어는 요새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파이어는 두가지 모순된 것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1. 돈을 많이 번다.

2.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찾는다.

저는 이 과정이 참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네요.

파이어에 관한 이야기를 지인과 나누기는 참 어렵습니다.

"잘난척" 아니면 "한심한놈" 둘 중에 하나가 되더라구요. ^^;

영리치에 글을 쓰면서, 저 스스로도 돌아보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듣고, 수정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직 파이어를 진행하는 과정이지만, 파이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인 것 같습니다.

Comments

BEST 1 살앙스런나
좋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가슴에 와 닿네요
감사합니다^^
꼬마녹차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조기은퇴 하고 싶다보니 올려주시는 글에
많은 도움 받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작게나마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
빵야띠용
좋은글 잘 봤습니다. 진심이 담긴 글 같아서 마음에 더 남는듯 하네요.
저도 파이어에 대해서 지인에게 어렵게 얘기를 꺼내보면 대부분 웃어 넘기거나 그냥 회사다니기 싫구나라고 생각하더라구요.
이렇게 투명하게 예전 이야기를 하시기 쉽지 않을텐데, 소중한 경험담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온님.
제 주변 20~30대한테 파이어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아직은 '자발적 백수'같은 것에 대해서는 인식 수준이 낮은 것 같아요.
아직 다양성과 진정한 삶의 의미 등을 찾지 못하고 다들 연봉과 더 좋은 집, 빌딩 건물주 이런 것에 대해서만 숭배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용기내서 새로운 행복을 찾아나가심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뭐 이야기해도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니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좋네요.^^

근데 저도 아직도 더 좋은 집, 건물 올리는 법, 이런 것에 관심이 훨씬 더 많아요.
지금 가진 자산으로 어떻게 투자해서, 일 조금 하고, 남 안괴롭히고도 업그레이드 할까..
하루 대부분의 시간동안 이런 생각해요. ㅎㅎ

제가 그나마 내려놓은건, "천천히 이루자" 정도네요.
이거 하나 결심하기도 참 힘들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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